세계적 지평에서 국가 간의 아동 입양(Intercountry Adoption)은 2004년부터 퇴조를 거듭하고 있다. 이 국가 간의 아동 입양의 종주국가인 한국은 이 퇴조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송출국가로서의 명 망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한국은 232명을 송출했고, 중국과 우크라이나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했 다. 한국은 국가 간 아동 입양에 있어서 세계 최대 아동 송출국이며 최장기지속국가이다. 코로나 통제에 있어서 가정 선진적인 면모를 과시했던 나라가, 코로나19가 창궐하던 미국과 유럽 각국으로 자국 아동 들을 밀어 넣었다. 이 땅에 태어나는 아동의 삶을 보듬는 일에 있어서 수오지심을 상실한 지 오래된 어른들의 나라라는 것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지표이다.
그러나 다른 흐름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유럽 여러 국가들은 국가 간 아동 입양에 관한 반성과 성찰이 거듭되고 있다. 네덜란드, 벨기에, 스위스, 스웨덴 등의 국가 들은 국가조사위원회를 구성 하고 국가 간 아동 입양 실천의 과정에서 훼손된 입양인들의 인권에 대한 조사를 하고 속속 발표를 하고 있다.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해외입양 아동의 수령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에서는 지난 해 정인의 사건을 비롯해서 입양 아동의 죽음이 사회적 의제가 되고 있다. 이들의 죽 음의 배후에는 입양기관들이 수행한 입양절차상의 실패들이 자리하고 있다. 태생적으로 기관의 이익 추 구가 목적인 기관들의 실패는 이미 정인이 사건 이전에도 거듭되었지만, 사회적 의제가 될 힘이 없었지 만, 서서히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조만간 한국은 해외 아동 송출을 중단하게 되리라고 조금 성 급한 예단을 해본다. 하늘에서 저절로 감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뿌리의집과 함께 하는 시민사회와 학자들의 목소리가 조금씩 우리 사회에 들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뿌리의집은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꿈꾼다. ‘미명(美名)’의 라벨을 붙여 자국 아동을 송출하는 일이 조만간 중단되리라는 기대! 문제는 새 시대는 과거에 대한 재조명을 명령한다는 것이다. 뿌리의집의 가 장 큰 걱정은 과거사 재조명의 환한 빛 아래 놓일 자료의 부재이다. 아카이브 작업이 결국 이런 걱정을 덜어 주는 수단이 될 수 있을까? 아직은 아닌 것 같다. 일단 한없이 미미하지만 출발의 시동을 걸어 본다.
해외입양아카이브!
지난 봄, 뿌리의집은 설레는 마음으로 아름다운재단에 이 프로젝트를 응모했다. 그리고 이제 결과물을 이 자료집에 묶어서 낸다. 아름다운재단과 이 일에 의욕을 가지고 먼저 제안하고 추진하고 결과물을 낸 뿌리의집 황선미 실장님께 무엇보다도 먼저 감사를 드린다. 원자료들을 일일이 챙겨주신 김창선팀장님 의 수고 역시 너무 귀했다는 점을 말해둔다. 또한 아카이브에 대한 학문적 전문성과 아카이브 구축의 다양한 경험을 축적하고 있는 명지대학교 기록학대학원 김익한 교수님과 아카이브랩 안대진 대표의 협력과 조언, 그리고 실무를 맡아 주신 이하얀 연구원께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마지막으로 이 프로젝트를 받아준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에 심심한 감사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