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내미는 일...그 자체는 그냥 작은 몸짓일 뿐, 그러나 그 손길에서 느껴지는 온기는 따뜻하고 깊은 여운을 남길 수 있을 터. 저희 뿌리의집은 지난 1953년 이후부터 해외로 입양되었다가 모국을 다시 찾는 분들에게 우리 사회가 내미는 작은 손길입니다. 저희가 내미는 손길의 따스함으로, 모국을 찾아온 해외입양인들이 잃었던 뿌리를 다시 찾고 삶의 힘을 회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뿌리의집은 2002년 4명의 해외입양인을 맞이하며 문을 열었습니다.
그동안 뿌리의집은 해외입양인들을 위한 숙소와 쉼터를 제공하는 것을 비롯하여 입양인 권익 향상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쳐왔고, 매년 200명에서 300여명의 해외입양인들이 숙박하는 게스트하우스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와 같은 성과는 뿌리의집을 지원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후원자분들과 자원활동가 여러분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이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뿌리의집은 해외입양인들의 쉼터이자 만남의 집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입양인들간 소통과 정보교류의 장이 되고, 이러한 만남을 통해 입양인들이 아픔과 상처를 극복하는 치유의 장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곳 뿌리의집이 해외입양인들과 깊은 신뢰관계를 맺으며, 작은 손길을 내미는 다양한 활동을 펼쳐나갈 수 있도록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사단법인 뿌리의집
이사장 김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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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의집이 개원한지 만 16년이 흘렀다. 어느덧 20년이 다가오고 있다. 어떤 분은 “한국에서 이 정도의 시민단체를 시작하고 16년 동안 변함없는 길을 걸어오는 일, 쉽지 않아요.” 라는 말씀을 하셨다. 허나 짧지 않은 세월 동안 나름 애를 썼다면 그 일도 중요하지만 세월의 오램에 만 의미를 둔다면 부질없고 송구한 일일 수도 있을 것이다. 뿌리의집이 남길 수 있는 열매란 무엇일까.
많을 때는 한 해에 400여명, 적을 때는 200여명의 입양인이 뿌리의집에 머물러 자고, 먹고, 기쁨과 슬픔을 나누었다. 그동안 거의 4천명에 이르는 모국을 방문하는 <해외입양인들의 여행자 생활공동체>로 살아왔다고 할 수 있다. 뿌리의집이 처음부터 사회복지기관이 되려고 한 것 도 아니고, 지금도 아니지만, 여성주의 사회복지의 렌즈에 비추어서 보면 이런 생활공동체를 통해서 사람들이 내면을 더 풍부하게 가꾸고 우정과 상호지지를 가꾸는 삶이란 그 자체로 소중한 가치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는 지난날 이 곳에 머물다 간 사람들의 삶 속에 이미 열매로 열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또한 뿌리의집은 시민단체로서도 나름 치열하게 살아왔다. 해외입양인들의 삶의 애환이 깃든 렌즈로 한국 사회를 재발견할 수 있었다. 거기에서 발견된 거의 모든 영역에서, 민영화된 한국 사회의 아동양육체계의 모순과 인권 유린적 현실들에 대해, 특히 입양인들과 미혼모부의 삶에 대한 혁신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어왔다. 이를 통해 인식의 개선, 정책의 변화, 법의 개정을 다양한 방식 으로 추동하고 상당한 수준에서 열매를 거두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입양특례법을 전부 개정해서 입양을 국가 사무의 층위로 끌어 올린 일, 싱글맘의 날을 기념하는 일을 통해 원가정 양육 우선의 원칙을 인식의 지평으로 불러 낸 일이 아마도 대표적인 일일 것이다. 더불어 여론의 지평 확장을 위해 지속적으로 책을 출판해온 일 또한 소중한 열매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번역 출간한 『왜 그 아이들은 한국을 떠나지 않을 수 없었나: 해외입양의 숨겨진 역사』와 『인종주의의 덫을 넘어서: 혼혈한국인, 혼혈입양인 이야기』를 포함 총 8권의 입양 관련 전문서적을 냈다.
이런 지난 성과를 뒤로하고, 눈앞에 두고 있는 새로운 과제 혹은 열매로 취하고 싶은 간절함이 깃든 일이 있다면 그것은 ‘해외 입양과 출생 등록’이라는 사안을 우리 사회의 인식의 지평에 뚜렷이 보이도록 하는 일이다. 2010년에 즈음하여, 이 땅에 태어나는 모든 아동의 출생이 국가의 공부에 등록되도록 하는 <보편적 출생 등록제>의 도입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지만 아직 가시적 결과 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거기다가 해외입양인의 정체성의 뿌리라고 할 출생의 진실이 담긴 국가의 공부가 다양한 형태로 멸실, 왜곡, 조작, 위조, 무작위 교체된 일에 대한 진정성을 갖춘 반성이 국가의 층위에서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점도 21세기를 사는 우리들이 회피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이 점에 대해서도 치열한 노력을 경주해가고자 결의를 다진다. 2023년 20주년을 준비하며, 일정한 결실 을 거두기를 앙원하는 마음 가득하다.
사단법인 뿌리의집
대표 김도현목사